| 저자 | 노혜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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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hlust* 또는 poshlost**
골동품 청자 도자기 깨진 찻잔에 복원을 바라며 거짓감정을 입히는 색깔은 무슨 냄새일까? 비취색 어른거리는 연인의 진한 숨결일까, 프루스트의 유명한 스노비즘을 지우며, 가리비조개과자엔 시인의 코끝을 녹인 차향이 지금도 생생하게 눈빛을 사로잡는다, 구름꽃 꽃피는 그늘 찻잔 받침 속, 포옥 묻혀 있던 이름들 곁에는 고상한 취향이 잃어버린 고장, 잃어버린 시간에서도 한참 귀하게 보이는데,
헛꽃 같은 가짜 애교, 인공 폭포처럼 쏟아지는 광고, 치렁치렁하게 땋아 내린 말들, 멍청하게 사놓았다 버린 책들, 가짜 심원(深遠)에 속아서 보는 영화, 휘날리는 스카프로 살짝 가린 얼굴들, 어쭙잖은 내 품새가 거추장스럽다 낡은 복고풍, 모방의 모방주의. 포시로스트(poshlost)는 다양한 뉘앙스로 둔갑한다 화려하게 포장된 거짓 문화, 예술이란 그늘 아래 내 감성적 허영심이 싫다
이 이즈막한 봄밤, 고골의 『외투』를 입고 치장한, 속물근성인, 포시러스트(poshlust)란 낯선 러시아말이 책갈피 속에서 번뜻 날 후려친다 지난날, 가난했지만 두고두고 아늑했던 내 마음 자리에, 뭉클 꽃뱀이 똬리를 튼, 썩은 허욕 한 점 무늬를 도려낸다 날카로운 종이칼로 야멸치게 뿌린 헛말들을 베어낸다. 찻잔 받침 옆 한 모서리는 차향에 흠씬 젖은 채.
*poshlust: 간단하게 ‘속물근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인간성 또는 사물이나 사상의 부정적인 면을 지칭하는 러시아어.
**poshlost: 영어. “지난날에는 호화로웠던, 지난날의 호화로움이 없어진”의 뜻.

노혜봉 | 서울 출생. 1990년 『문학정신』 등단. 시집 『산화가』 『쇠귀, 저 깊은 골짝』 『봄빛절벽』 『좋을好』가 있음. 〈성균문학상〉,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류주현 향토문학상〉, 〈경기도문학상 대상〉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