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김명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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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연絶緣
피를 꺾으면 갈라지는 실뿌리 몇 가닥
햇빛도 좋아하고 어둠도 좋아하는 고무나무의 피
예순 번의 나이를 먹고 고모가 이혼을 했다
쉰일곱의 이모가 이혼을 한 후
내 피가 더럽다는 말에 먹고 있던 딸기가 튀어나올 뻔 했다
검은등뻐꾸기가 카 카 카 코 어딘가에 햇살이 있을 것이다
몸이 다 닳았나 혀가 뒤집힌다 어둠이 녹지 않는다
고모는 아픈 다리를 뻗고 앉았다
물을 보면 허공을 디뎠다
허공을 만나면 물뿌리가 돋았다
벵갈고무나무의 뿌리처럼 닿기만 하면 달라붙었다
발목이 가는 이모의 다리들은 무슨 짓이라도 할 것 같았다
이모를 따라 콜라텍에 갔지만 아무도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더러워진 기분을 내색하지 않았다
나는 피 묻은 팬티가 헐거워지도록 빨았다
피를 긁어모으면 수백만 송이 장미를 피울 수 있는
내 안에 숨는 게 가장 안전해요 귀를 후비지 말아요 깊이를 어디다 쓰게요
나의 피륙, 이모와 고모는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없지
두 다리가 바지를 빠져나오면 핏줄들이 발가락을 움켜쥔다
바로 이 끈적거리는 예감

김명은 | 2008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사이프러스의 긴 팔』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신작시 201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