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유현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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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사인(死因)에 대해 할 말이 있다
할아버지의 사인(死因)은 폐암이었다
70세 며느리의 멍한 눈이 또렷해졌다
슬픔은 유령처럼 방바닥을 떠돌아다니고
상주는 다음 곡을 위해
목을 가다듬는다
근조(謹弔),
봉투는 지겨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문상객(問喪客)들은 나지막이 속삭인다
호상(好喪)이었다
국화꽃 향기는 찬송가처럼 거룩거룩해지고
향초의 심지는 신기루처럼 타들어간다
울음으로 덮은 웃음들은 밥상 밑으로 가라앉는다
정지된 풍경의 장례식장에
방명록의 사인펜과 일회용 숟가락들만 요란하다
할아버지는 죽는 순간까지 죽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호상(好喪)이란 없는 것이다

유현아 | 2006년 제15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아무나 회사원 그밖에 여러분』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신작시 201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