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윤성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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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본다
신체 부위 어디에 무엇이 달려있는지 모르고 사는 게 제일 건강한 겁니다
의사가 말했다
모르고 살다가
결막염에 걸리면 눈이 거기 있고
치질에 걸리면 항문이 그 자리에 있음을 알게 되는 이치
내 곁을 떠난 사람들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하므로
그들은 건강하다
하루치 식권을 받아서
서빙고고가교 넘어 뉘엿뉘엿 돌아가는 길
오늘 저녁 그의 집 된장찌개 속 두부가 너무 뜨겁지 않기를 바라
그의 엄지발톱이 너무 짧게 잘려 속살이 아리지 않기를 바라
골목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차를 보고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 그의 차 뒤에 중국집 오토바이가 너무 바싹 따라붙어 있지 않기를 바라
술에 취해 돌아가 초인종을 누른 곳이 옛집이 아니기를 바라
옛날로부터 무언가로부터 누군가로부터 너무 멀리 와버렸다 싶을 때 돌아가기 위해 멈추지 말고 이대로 어디론가 흘러가기를 바라 멈추지만 않는다면 내가 그저 흘러가는 것도 좋겠다고
곁에 없는 사람들
내가 어디에서 무엇으로 사는지 그들은 알지 못하므로
오늘 나도 가까스로 건강했다,
말해본다

윤성학 | 200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당랑권 전성시대』 『쌍칼이라 불러다오』가 있음.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 201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