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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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정주 

 

 

  농장행 버스

 

 

  버스 속에는 나 혼자 앉아 있다. 버스가 서고 앞문으로 여자가 올라온다. 여자는 버스 속을 불안한 눈으로 살펴본다. 숙희다. 숙희 얼굴에는 주름이 많이 생겼다. 숙희의 등은 구부러졌다. 엉덩이도 뒤로 빠져 있다. 버스가 움직인다. 숙희는 뒤뚱거리다가 자리에 가 앉는다. 앉은 모습을 쳐다보니 분명해졌다. 닭이다. 닭이 되었구나 숙희가. 늙은 암탉이 되었구나. 숙희는 가끔 고개를 돌려 버스 속을 훑어본다. 나는 한 손으로 내 얼굴을 가린다. 그리고 잠시 후 손을 내린다. 못 알아 볼 거다. 나도 돼지가 되었으니까.

  농장이 가까워졌다. 숙희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뒤뚱뒤뚱 문으로 간다. 버스가 서고 문이 열리고 숙희는 날개를 퍼득이며 날아간다. 나는 모습을 보니 닭이 아니다. 커다란 새다.

 

  농장 앞에 버스가 서고 버스에서 큰 새 한 마리가 날아오른다. 버스 속에서 돼지 한 마리가 바깥을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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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주 | 198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행복한 그림자』 『문밖에 계시는 아버지』 『홍등』 『아무래도 나는 육식성이다』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신작시 201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