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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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은림 

 

 

8월의 고래

 

 

 

청어들의 행렬,

다음은 고래들이지

그래야 계절이 바뀌는 법

 

언니는 실컷 고래를 기다리고

언니는 애써 고래를 못 본 척 한다

 

저렇게 큰 고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고래고래 지나가는 고래가?

 

고래를 만나지 않았으니

아직은 여름이라고

여전히 여름이라고

우겨대는 늙은 언니들

 

보이지 않는다고

없을 리 없는 고래

고래고래 커져가는 고래

설마 고래를 못 본 척 하려고

자꾸 눈을 감는 건 아니겠지

 

이리도 춥고 긴 여름은 처음이네

청어들의 허둥지둥 행렬 뒤로

지나가는 고래

그리고 그 다음 계절

나는 조금

언니는 좀 더

우리는 그렇게 서서히 저물어가야 옳지만

 

본 적 없는 고래,

못 본 척 지나친 고래,

고래인 줄 몰랐던 고래 때문에

놓쳐버린 계절들이 억울해

 

누군가 시력을 잃어가거나 말거나

누군가 쳐다보거나 말거나

고래는 계절을 끌고

묵묵히 지나쳐 간다

 

 

 

*영화 〈8월의 고래 : The Whales of August〉(린제이 앤더슨 감독의 1987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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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림 | 2001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 『태양중독자』 『그림자 보관함』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