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강건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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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은
낙엽은 발그레하게 미소를 띠었다. 바람이 없었으므로 까르르, 갸륵갸륵 웃지는 못하였다. 수줍고 온순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눈이 맑은 사람들은 낙엽들이 웃는 것을 보았다. 고양이 하나와 까치 두 마리, 그리고 비둘기 여럿이서 잔디 위에 있었다. 고양이가 까치 눈치를 보았다. 까치는 고양이를 자기 아랫것처럼 생각하고 겁을 주려고 했다. 고양이는 천성이 자존심이 강해 까치에게 시달리지 않는 척 했다. 그래서 고양이와 까치는 보기 좋은 그림을 만들었다. 그 사이 비둘기들은 서둘러 먹을 것을 골라내고 있었다. 낙엽은 굳이 참견하지는 않았다. 옛 사람이 묻혀 있는 고분에서 옛 사람이 될 사람들이 산책을 즐겼다. 노인들은 할 일을 다 끝내고 이제야 여유 있게 데이트를 즐겼다. 젊은이들은 바빠서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남아 있는 것이 있을 때 사랑하라고, 낙엽은 혼잣말을 했다.
그날 밤 낙엽은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녔다. 잘 시간이 되었지만, 비가 내리고 있었으므로, 일요일 밤이었으므로, 세상은 죽은 듯 조용했으므로,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이었다. 공중전화 박스 앞에 있는 담배꽁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누군가의 고독이 짙게 배어 있는 꽁초가 자신을 버리고 간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생이 다할 때까지 그 입술을 기억하고 간직할 거라 생각했다. 공중전화 박스는 언젠가부터 텅 비어 있었다. 언뜻 언뜻 사람이 보이긴 했으나 진짜 사람인지 옛 기억인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는 여전히 울고 있었고, 누군가는 수화기를 떨어뜨린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더 이상 아픈 말들은 오가지 않았지만 사랑의 말들은 시들어 버려 옛날처럼 되어 버렸다. 누군가의 오래된 마음만이 있었다. 누군가의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한참 동안 공중전화 부스 앞에 있었다. 낙엽은.

강건늘 | 2016년 《시인동네》로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