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안상학 | ||
|---|---|---|---|
곡우
한 잔 술도 없이
곡우 전에 차를 따리라는 박 시인과 헤어지고
요 며칠 나는 마포나루 들락거리며 좀이 쑤셨네
곡우 비는 내리고 밤새 내리고
새벽잠 깨어 비워두고 온 안동 집 생각하네
텃밭 첫물 부추는 아직 첫물 그대로 비 맞고 있겠지
돌아오는 주말엔 안동 내려가서
친구들 불러 놓고 첫물 부추 잘라다가 전이라도 부쳐
막걸리나 한 잔 할까 생각하네
심장이 아프면 아픈 대로 사는 박 시인은 지금쯤
비 맞기 전에 딴 차를 덖으며
나 같은 것들에게나 나누어 줄 차를 손짐작으로 헤아리고 있겠지
올해 곡우에는 상추 한 포기도 심지 않고 보면
그다지 돌아올 소출도 없겠다는 생각에 적적해지네
적적해져 남몰래 마음에나 무언가 심는 시늉해보네

안상학 | 1962년 경북 안동 출생.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그대 무사한가』 『안동소주』 『오래된 엽서』 『아배 생각』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평전 『권종대-통일걷이를 꿈꾼 농투성이』, 시화집 『시의 꽃말을 읽다』가 있음. 〈고산문학대상〉(2015) 수상. 제7회 권정생창작기금 수혜.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