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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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인숙 

 

 

 

붉은 휴가

 

 

 

날짜들 속에서

붉은 숫자들이 불탄다.

풋과일 속을 들락거리는 햇살들

눈을 찌르는 햇살을 모자처럼 쓰고

풋과일들은 스스로

만삭이 되어간다.

 

붉은 휴가를 깔고 앉아

압박하는 날짜들을 헤아리다 보면

갈 곳도 가야 할 곳도 없는 망명지들은

쇄국으로 문을 닫아 건 지 오래라는 것.

山이라도 오를 수 있다면,

꿈속으로 날아오르는 새를 꿈꿀 수 있을 텐데

날개의 품종들을 고를 수 있을 텐데.

 

치미는 구토 속에

하늘과 낭떠러지가 뒤섞여 있다.

 

완벽한 계산 앞에서

거스를 수 없는 계절이 내게 묻는다.

똑같이 가파른 두 개의 길

붉은 눈총을 장전할 것인지

오래 비워둘 내 의자를 빙글빙글 돌릴 것인지.

 

중심을 잃고 뒤뚱거리는 다리와 휠체어가

얼굴을 맞대고

측은한 염색체를 공유한다.

 

풋과일들은 모두 달콤한 만삭 속에

그 씨를 숨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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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 강원 강릉 출생. 201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제6회 〈한국현대시인협회 작품상〉, 제7회 〈열린시학상〉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