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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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윤여건 

 

 

  즐거움에 관하여

 

 

 

 

 

  Verse 1. 만족

 

  허리를 졸라매도 허리에도 차오르지 않는 만족. 사다리를 타고 올라도 열매 없는 부족. 포기한다. 기대 없으면 이룰 게 없으니 쉽게 만족. 만족할 게 아무 것도 없으니 포기한다. 인간은 잔인하게 살아도 전쟁이라 생각하면 부끄럽지 않은가봐. 개선문을 걷기 위해 너를 짓밟았을 뿐. 죽음도 그들에겐 평등한 만족. 역사가 심판해도 죽은 내가 무슨 상관. 아침마다 기지개 켜고 일어나는 즐겁지 않다. 즐겁지 않다.

 

 

  Verse 2. 생존의 즐거움

 

  나는 키 작은 나무. 내가 버티며 사는 건 태양의 멸망. 햇살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정오를 지나 오후가 오면 나는 키 크는 나무. 수직이 유혹하는 것을 버려야만 낮은 곳으로 내려오지. 어슷하게 기우는 빛이 키 큰 나무 사이로 들어와 키 작은 나무의 그늘을 말리네. 아침을 살지 않고 정오에 오른 태양은 오후를 기다려온 생명을 보지 못하지. 나는 노을을 기다리는 키 작은 나무. 차가운 뿌리까지 비춰주고 떠나간 멸망이 새벽을 깨우며 다시 돌아오네.

 

 

  Verse 3. 정신의 즐거움

 

  모든 걸 잊어. 모든 걸 지워. 아무 것도 없을 때 순간을 살지. 하지만 검색하지 않아도 창이 뜨네. 창은 창을 부르고 지워도 다시 나타나는 마음의 오로라. 바이러스에 걸린 찌그러진 눈이 이대론 살 수 없어 외치네. 돌고 도는 시곗바늘은 째깍거리는 점으로 기록을 지워 언제나 정확해. 골문을 향해 날아가는 공은 점이 점을 밀어내 한 점을 얻어. 한 점은 순간. 카메라에 찍히는 순간 내 목소리가 들려. 순간 나는 나와 마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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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건 | 2008년 『시로여는세상』으로 등단. 시집 『새를 꿈꾸지 않았다』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