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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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관용 

 

우리에게 이해의 순간을, John!

 

 

  지난번 만났던 여자와 헤어지기로 했어 입술에 묻은 오문 때문에 밤이 느려진다 John의 악몽처럼. 느리고 낯선 대답들이 지하창고로 모이면 편의점 유리문 안에서는 단순한 이미지가 반복되었어 망치가 필요했을까 사랑은 서대문에서 불던 바람처럼, 아니 바람으로 몸을 비벼대는 회화나무처럼 메마르게 웃었어 누군가의 말을 기억하려, 혹시 트럭에서 끄집어 내린 자신의 머리뼈였는지 모르지, 아픈 그림자는 태양의 반대편에서 필사적이었어 그러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John의 엄마와 엄마의 자장가 고민하던 문장은 창을 벗어나자 다른 골목으로 이어졌지 삐걱거리던 몇 개의 못자국이 난문으로 뽑히고 마지막 나뭇잎은 헤어질 때의 필체처럼 떨어진다 지네를 연상해 보는 거야 심연으로 뿌리내려 본 나무일수록 쉽게 지쳤어 사랑은 서대문에서 충무로로 불던 바람처럼, 아니 그 바람으로 몸을 비벼대던 한 쌍의 회화나무처럼 메마르다 여자의 어깨에서 속옷이 흘러내렸지만 결국 남긴 밥을 바라보듯 아주 미안해졌지 괴물이 나올 것 같은 복도 끝에서 퇴물이 된 보컬은 순식간에 망가졌어 플라스틱 병에서 시약이 쏟아진다 감정은 낡고 희망의 이미지는 서툴렀으니 모호한 것에 눈이 쏠리는 것에 감사해

 

  John은 백야를 울고 있는 순록,

  이해할 수 없이 느린 영역이야,

  후회하지 않으려고 엄마.

 

  생생하게 반복되는 비극일수록 이해하기 편했어 팔베개를 하고 귀신으로 살다가듯 무성했고 서툴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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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 201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