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이영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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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 목련
기차는 목적을 달립니다. 가족이 해체된 해고 노동자가 초고속 열차에 뛰어들기 위해 목련나무 뒤에 숨어 있다면 그의 목적도 연동된 상태입니다.
미세먼지를 허용한 봄은 고통의 얼굴을 잘 가려줍니다. 흐린 시야를 한 방에 찢는 선명한 순간은 살아온 날을 모두 합해 최선을 다할 때 생깁니다. 찰나라는 75분의 1초는 한 사람의 굴곡진 생을 축소한 시간입니다.
연착이 애도처럼 잠시 머물렀습니다. 그가 없는 빈자리에는 그가 끌고 온 겨울 벌판이 윙윙거렸습니다. 어디든 접목해 화려한 꽃을 피웠다면 그 꽃은 비위를 잘 맞추는 사회적 식물입니다. 믿고 따라오던 길을 따돌리느라 그는 모퉁이를 몇 번 꺾었습니다. 등 뒤에 질린 삶을 숨겨준 나무는 자신이 누구의 벼랑 끝이 될 줄 몰랐습니다.
백년을 살아온 목련나무도 기차를 타지 않고 기차를 뚫고 먼 곳으로 가는 사람을 배웅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통증은 가장 쓸쓸한 높이를 골라 천천히 필 예정입니다.

이영옥 | 경북 경주 출생. 2004년 『시작』,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사라진 입들』 『누구도 울게 하지 못한다』가 있음. 〈백신애문학상〉 창작지원금, 〈부산작가상〉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