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하병연 | ||
|---|---|---|---|
돌산갓에 관한 사유
1
돌산갓이 커는 동안 허공 자리에 있던 공기는
갓이 커는 만큼 옆으로 밀려나고
밀려난 만큼, 그만큼의 공기는 갓 속으로 들어가는 법
그래서 돌산갓이 시들면 허공이 시드는 법
2
돌산갓이 커는 동안 뿌리 자리에 있던 땅은
갓이 커는 만큼 자기 살 뚝뚝 내어주고
내어준 만큼, 그만큼의 땅은 갓 속으로 들어가는 법
그래서 돌산갓이 푸르면 허공에서 땅이 푸르는 법
3
돌산갓이 커는 동안 하늘 자리에 있던 달은
갓이 커는 만큼 배가 점점 불러오고
불러온 만큼, 그만큼의 달은 갓 속으로 들어가는 법
그래서 돌산갓을 씹으면 보름달 맛이 나는 법

하병연 | 1969년 경남 산청 출생. 2003년 《농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희생』 『매화에서 매실로』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