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함기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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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산보
잠든 나와
내 곁의 강아지 망고와
강아지 꼬리인 척 살랑거리는 강아지풀과 나비와
나비 날개에 몰래 키스 중인 저녁 하늘과
풀밭 속치마를 살짝 들치고는
씽 달아나는
고양이 수염 달린 봄바람과
노을 속을 나는 새와
새들의 아름다운 워킹과 발들의 수다 소리와
소리들이 앉아 알을 낳는 둥지와
내가 잠든 풀밭을 왼손에 가볍게 들어 올린 아이와
아이가 바라보는 호수와 요트와 물결과
물결을 타고 하늘 가득 퍼지는 어둠과
어둠 저편 우주와 우주 밖의 더 큰 햇빛 우주들이
모두모두 들어 있는 작디작은
물방울 모자 삐딱하게 쓰고
꼬마 달팽이 아가씨, 살랑살랑 종이배처럼
어딜 가나요?

함기석 | 1992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힐베트르 고양이 제로』 『오렌지 기하학』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