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차주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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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전봇대에 허리띠를 돌려 감고 매달린 전선공을 보면
말뚝에 고삐 묶인 뻘염전 일소가 생각난다
제자리 잡는 일이 허리에 있다는 것 알았을 때
죽을 때까지 코일처럼 돌고 돌아야만 하는 일소
斷線(단선)에 單船(단선)과 短線(단선)을 잇대 전선테이프를 돌려 감으며
죽을 고비 몇 번 연결했으니
제 그림자 밝히는 데 몇 생애쯤 걸린 것
소가죽 작업화를 신고 소가죽 허리띠를 매면
하체가 완전한 전신이므로 상체가 빛나는 건 당연지사
고욤나무 뿌리여야만 대봉감이 열리던가
가가호호 뻗은 전선마다 열린 알전구를 떠올리며
허리띠를 벗으면 하염없이 기울던 상체를 생각한다
땅바닥에 곯아떨어진 상체는 하체라던가
하체로 해석되는 상체가 이뿐이랴
염전 물집이 허리춤에 수평선을 감고 또 감지 않았다면
어찌 꿈쩍 않는 제자리를 견뎌냈겠는가
허리띠를 푼 전선공의 아랫배를 오래도록 바라본다
염전 물집 깊이의 배꼽
저 탯줄의 斷線, 그 이후를 채록하면
일소 위장처럼 옹기종기 맞댄 옥탑방 몇 칸 만나겠다
하 밝은 낮에도 지하로 해석되는 옥탑방들이
달동네에 消燈(소등)을 한 칸 한 칸 졸라매면
새벽이라는 상체가 조도를 조율한다
햇빛은 모퉁이를 더듬어 끊어진 골목을 연결한다

차주일 시인
차주일 | 시집 『냄새의 소유권』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시인의 사회 2016.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