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손현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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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코스프레
너를 닮은 입술 찻잔이다 만지면 말랑, 지문 찍히겠다 냉큼 허벅지 안쪽으로 끌고 들어왔다 어떻게 깜깜하게 숨겨놓을까, 궁리하다가 장미나무 찻장을 새로 들여놓기로 했다
벽지도 은은하게 새로 바꿔야지
“니가 이상하게 변했잖아”, 광물성의 목소리가 툭, 툭, 깨진다 “니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북적거리는 24시 뼈다귀 해장국집에서 꽃다발로 쏟아지는 대사는 19금이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되지요”, 주인장의 목소리는 차라리 비굴하다
과녁을 향해 치닫는 욕설은 신음이어서 주위를 사소하게 물리친다 “눈에 뵈는 게 없구나”, 턱을 치켜세우고 옆구리에 양손을 얹었겠지만, 내 눈에도 보이는 것은 너다
아버지도 버리고, 처녀도 버리고, 그러나 그것은 전생부터 따라붙은 나의 오랜 습성
조막만 한 찻잔 하나 손에 들고 야생으로 따라나선 땅, 그러나 왜 너는 없고 나만 찻잔이냐 찻장이냐 입술만 달싹거리는

손현숙 시인
손현숙 | 서울 출생. 신구대학 사진과 졸업.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경계의 도시』(공저), 사진 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가 있음. 〈국풍 사진공모〉 〈평사리문학상〉 수상. 2002년,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진흥기금 수혜. 2010년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2015년 경기문화재단 기금 수혜. 현재 《경기일보》 오피니언 칼럼 필진,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