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이선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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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의 정원
플라타너스 그늘 아래
농담을 즐길 줄 아는 오후를 펼치고
깍두기 한 접시
소주 서너 병 놓인 자리 오가며
천천히 말을 거두어가는 햇살들
너무 깊지 않은 그늘 공평하게 나누어
은박돗자리 빛나고
구름이야 있어도 없어도 좋은
봄날
서로의 빈잔 채워주는
침묵을 나누는 일
침묵으로 담을 둘러
정원을 만드는 일
페이스북에도 카카오톡에도 옮겨지지 않을
빈둥거림으로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할
건배를 위해
사소하고 시시한 소주잔 몇 개를
우리는 가꾸어야 하리

이선이 시인
이선이 | 199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서서 우는 마음』, 평론집 『생명과 서정』 『상상의 열림과 떨림』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