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하종오 | ||
|---|---|---|---|
나를 대하는 유기견의 자세
유기견은 떠돌아다니다가
내가 뒷산으로 오르는 자드락길에서
마주치면 스쳐지나갔고
내가 풀을 매는 밭가에서
마주치면 지켜보았고
내가 야외 의자에 앉아 쉬는 뜰에서
마주치면 짖어대었다
내가 시골에 여러 명으로 있다는 걸
유기견이 인정하는군
유기견도 시골에 여러 마리로 있다는 걸
나도 인정해야겠어
나와 유기견 여럿 중에서
오직 하나씩 짝 맞춰 어울려서
더 많은 여럿을 이루는 장소가
시골이라는 느낌이 확 들었다
그쯤에서 나는 유기견이란
주인한테 버려진 개가 아니라
주인을 버린 개라는 심증을 굳혔다
나는 일을 보러 왔다 갔다 하다가
마을 안으로 놓인 길을 걸어가는
유기견을 만나면 양손을 흔들어 보였고
음식물쓰레기 버려진 모퉁이에서 머뭇거리는
유기견을 만나면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나무그늘 아래서 숨을 헐떡거리는
유기견을 만나면 한 다리를 쳐들어 보였다

하종오 시인
하종오 | 1954년 경북 의성 출생. 197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사월에서 오월로』 『넋이야 넋이로다』 『분단동이 아비들하고 통일동이 아들들하고』 『정』 『꽃들은 우리를 봐서 핀다』 『어미와 참꽃』 『깨끗한 그리움』 『님 시편』 『쥐똥나무 울타리』 『사물의 운명』 『님』 『무언가 찾아올 적엔』 『반대쪽 천국』 『님 시집』 『지옥처럼 낯선』 『국경 없는 공장』 『아시아계 한국인들』 『베드타운』 『입국자들』 『제국(諸國 또는 帝國)』 『남북상징어사전』 『님 시학』 『신북한학』 『남북주민보고서』 『세계의 시간』 『신강화학파』 『초저녁』 『국경 없는 농장』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