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강지혜 | ||
|---|---|---|---|
태몽
거대한 지렁이가 푸른 불을 뿜었다
기타의 가장 얇은 마지막 현이,
그의 노래가 말했다
네가 탁자를 탁자라고 부르지 않고
넝쿨을 넝쿨이라 부르지 않고
뼈를 뼈라고 부르지 않아서
투사를 낳게 될 거야
아버지보다
검을 따르는
한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지렁이는
어째서 나보다 가벼운가
푸른 숨결이
결국 나를 사로잡고
무릎을 꺾었다
나를 지나치라고, 차라리 짓눌러 터뜨리라고
지렁이가 끊임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 몸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 몸은 갓 태어난 풀포기처럼 보드라웠다
빌고 또 빌었다
이 꿈이 꿈이 아니므로
이 꿈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강지혜 | 2013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