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이일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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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구르는 산
학이 메아리를 가지고 춤추는 동안,
성대를 아끼는 겨울이 성큼 다가왔지. 산은 직접 말하는 법을 몰라 산새들만 흐드득 흐드득 날밤을 세지.
질질 끌려가는 아침의 여름을 본 위장(僞裝)은 벌써 가을의 모가지를 젖히고 참혹의 눈길을 오르지. 웃통을 벗은 사람들이 가면극을 찾으러 산맥의 무대 뒤를 뒤진다.
한 번도 구름의 손목을 잡아주지 못했어요. 아이는 물가에서 회오리처럼 울고.
바람이 몰아치자 모감주 매실주 앵두주 차례로 빨갛게 출렁거리는 그녀의 방, 아무도 없네.
시간이 그림자를 꺼내어 긴 메아리를 산의 정수리까지 끌어올리는 동안
말문을 연 듯 활활 낙엽을 떨어뜨리는 날개들의 슬픈 수화. 들리지 않니?
말의 뒤통수가 시린 엉덩이를 들고 굴러간다.
말을 쓴 모자가 굴러간다. 말의 열쇠를 매단 산이 동동 굴러간다.
모자와 산을 떠메고 털이 뽑힌 채 산의 메아리 날아간다. 날아간다.
산 너머, 다시 오지 않는다. 거기 누구 없는가.
우리는 어디쯤서 말똥구리처럼 굴러가다가 멈출 수 있을까.

이일림 시인
이일림 | 경남 고성 출생. 2008년 《시인동네》로 등단. 시집 『비의 요일은 지났다』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