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김은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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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상상력
밭마다 꽂힌 초고압 송전탑이 외계인의 비밀 기지라면
24시 켜진 네온이 그들의 구조 사인이라면
청량리 떡전교에서 휘청휘청 겨우 나를 비껴가는
리어카가 실은 춤을 추고 있는 거라면
허공이 토해낸 은행알들이
엄마의 젖꼭지라면, 흐느낌이 올 때마다 그녀
한쪽 가슴 걷어 올려 뽀얀 즙 먹여준다면
사방에 숨은 맨홀들이 침대라면
시립공원 녹슨 그네가
잠 못 드는 한 사람을 위한 일인용 안락의자라면
오늘이 어제라면
겨울나무에 휘감긴 전구알들이 긴 밤 굽어살피는
신의 눈동자라면
그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면
달콤하리라
조금은 덜 서운하리라
월요일이 오고
장례식에 가고
밤새 덮고 있던 이불을 누군가 거두어 가고
시시콜콜 병(病)이 자라고
어제 받은 꽃이 비록 오늘
시들어도

김은경 시인
김은경 | 2000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불량 젤리』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