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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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노태맹 

 

 

碧巖錄을 읽다. 19

 

 

 

1.

 

왼손에 신 한 짝만 들고

사막을 건너는 사람이 있다.

 

이래도 되고,

이러지 않아도 되는 건 되었다.

저래도 안 되고,

저러지 않아도 안 되는 건 안 되었다.

그래도 발바닥이 뜨거운 그는

손에 들고 있는 저 신발 한 짝을 내려놓지 않는다.

 

등이 붉은 물고기가 되고 싶어

왼손에 신 한 짝만 들고

마른 은유의 속을 긁으며 가는 木魚와 같은 사람.

 

말해보라, 이것은 누구의 무슨 定處ㄴ가?

 

 

 

2.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4도로 떨어진 25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옛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옥상 광고탑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230일째 고공농성 중인 기아차 비정규직 최정명, 한규협 씨가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2016. 01. 25. 《민중의소리》)

 

슬픔에 풀처럼 넘어지지 않으려고

분노로 쇠처럼 굽어지지 않으려고

절망을 재처럼 태워버리지 않으려고

 

땅에서 하늘로 눈이 휘날린다

하늘에서 땅으로 겨울나무 섰다

 

명심하라, 사랑이여 두려움이여

 

 

 

3.

 

무엇이 길[道]인가 물었는가?

이미 눈이 천 개 달린 여우가 웅덩이에 빠진 것이다.

 

무엇이 세상 가장 날카로운 칼인가 물었는가?

겨울나무 가지마다 걸린 붉은 달이라 말한다면

 

어쩌랴 웅덩이 물 위로

한쪽 귀 없는 달들 이미 우글우글한 것을.

 

무엇이 우리 木火土金水의 계통인가?

革命이여, 양은 냄비에 눈 한번 수북하게 잘 담았구나.

 

말해보라

대체 이곳은 무슨 세상인가?

 

 

 

 

2-2.

 

사랑이여, 사랑이여

울 수도 없어 얼어붙은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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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맹 시인

노태맹 | 1990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유리에 가서 불탄다』 『푸른 염소를 부르다』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