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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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영은 

 

 

 

 

  장미의 이름*
          

 

 


  당신의 총구에서 장미가 피어나네 
  당신이 이름 붙인 장미를 위해 장미가 피어나네 ​​
  줄기에 매달린 잎사귀만 보면
  줄장민지 사철장민지​ 분별할 수 없네

 

  ​담장을 버린 장미가 담장을 넘네
  이름을 버린 장미가 경계를 넘네
  이름을 버린 장미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별할 수 없네

​

  당신도 한때 붉게 피는 순수를 사랑했잖아
  이름 따위엔 관심 없는 국경선처럼
  누구보다 장미를 사랑했잖아
  아무리 외쳐도
  당신은 장미를 모르는 얼굴

​

  당신은 당신이 만든 장미만을 고집하네
  내면의 어떤 장미가
  두 손에 피를 묻히고 검은 복면을 두르게 했나

​

  눈구멍을 파는 장미들
  눈구멍이 파인 장미들

​

  장미의 내부에서 전쟁이 시작되네​
  색깔이 다른 장미처럼
  장미의 외부에선​ ​붉은 꽃잎이 흩날리네
  색깔이 같은 장미처럼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영락한 이름뿐’

 

  ​해 뜨는 곳에서 해 지는 곳까지
  당신을 파괴하지도 구원하지도 않는데
  가시가 피워 올린 신(神)의 이름이
  피를 흘리네

​

  모가지를 떨군 장미의 이름은 
  차마 말할 수 없네
  ​


  *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중에서.
​

 

 

 

 

 

 

 

 

 

 

 

 

 

 

 

신작_깅영은.jpeg

강영은 | 2000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녹색비단구렁이』 『최초의 그늘』 『풀등 바다의 등』 『마고의 항아리』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