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2026
Extra Form Output
저자 김선오 

   

  

 

 

 

 시간과 몸을 위한 연습

   

   

 

 

 

모닥불 곁에 잠든 사람들. 자세히 보니 동물들이네. 식물들이네. 여럿이 하나의 꿈을 꾸고 있구나. 힘을 풀고 쓰러져 있는. 둥둥 떠 있는. 꿀벌의 잠든 얼굴. 목련의 잠든 얼굴. 꿈꾸는 이끼의 얼굴. 하늘소, 갯지렁이, 물곰의 얼굴. 여기저기 흩어진 풀어진 살들. 꿈을 꿈으로써 꿈 하나를 짓고 있구나. 점점 더 많은 이가 꿀수록 꿈은 누군가 들어설 만큼 견고해졌다. 실내가 빚어지고 있었다. 너는 문을 꿈꾸렴. 너는 복도를. 너는 창문을 꿈꾸렴. 너는 초원을. 너는 구름을. 하늘을. 나뭇가지를. 너는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저수지의 둥지를. 바위틈을. 개미집을. 해저의 모래산을. 너도밤나무에 패인 구멍을. 윤곽은 굵어지고 색은 짙어지며 꿈은 비정형의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한 몸을 이루는 세포들처럼 모여들어 들러붙는, 울퉁불퉁한 꿈. 먹고 뱉고 되어가는 유기체인 꿈. 한 겹, 두 겹 부풀어 오르는 모든 계의, 모든 종의, 모든 목의……

 

눈꺼풀 있는 동물은 눈을 감고. 눈꺼풀 없는 동물은 눈을 뜨고. 눈 없는 동물은 살로써 뇌 없는 동물은 뼈로써 뼈 없는 동물은 숨으로써, 식물은 식물로서, 광물은 광물로서 꿈꾸고. 그러나 모두에게 숨과 몸과 말과 힘, 그중 무엇이 아니더라도, 무언가, 있고, 어딘가로부터 떨어져 나온 순간이 있고. 느낌이 있고. 서로에게 있는 것을 알아채고 놀라거나. 없는 것을 알아채고 놀란다. 놀라지 않는다. 향유고래의 언어에는 모음이 있고 성조가 있고 사람은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한 음절로 발음되리라. 모르는 주파수로 한순간 낭독되리라. 소리는 물속에서 무너지리라. 어떤 발음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어떤 이름, 다시 모닥불 곁에 잠든 모두의 얼굴. 가시광선과 자외선으로 이루어진 꿈. 겹치고 겹쳐지는 곳. 문득 떠오른, 멸종한 동물들의 학명을 우리 아이의 이름으로 짓자고 했던 나의 연인.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이가 없고 그래서 무수한 아이가 있다. 무수한 아이들이 모닥불 곁에 잠들어 있는 밤.

 

나는 잠든 동물들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살모사와 붉은귀거북 사이. 방아깨비 위. 쥐며느리 아래. 모로 누웠고, 꿈꾸었고, 그 꿈에 벽돌 하나 올려야지 생각했고. 어느새 지어진 나의 거실, 하나의 꿈에 한 겹을 보태는 그 집, 모든 방에 잠들어 있는 나의 아이들. 내가 번식한 나의 아이들. 모두가 한꺼번에 웃음 터뜨리는 소리. 벽난로 안에는 내가 꿈꾸었던 흔들리는 불 하나. 거실에는 불이 꿈꾸었던 흔들리는 나 하나.

 

 

 

 

 

 

 

 

 

 

 


 

신작시_김선오.jpg

                                         Ⓒ정멜멜

김선오 ■ 

2020년 시집 『나이트 사커』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세트장』 『싱코페이션』 『말 꿈 몸』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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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호(VOL.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