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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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지아 

   

  

 

 

 

 조용히 전기를 나르는 일에 대해

   

   

 

 

 

전기 밑에서 문장을 썼다

졸다가 고꾸라지면

어릴 적 무덤가에서 같이 놀던 작은 여우들이

나타났다

이십 년 동안 그렇게,

나뭇가지를 휘두르면 사라지는 놀이를

했다

계절이 끝나고, 몸에 전기가 맺혔다

말초신경이 망가지고

손바닥이 뜨거웠다

아이는 눈물이 맺혀, 나를 꼭 감쌌다

엄마는 세상에서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사람이라고

캐리어는 무거웠고 바닥은 울퉁불퉁했다

바퀴는 망가져 있었다

베네치아의 물속은 더러웠고 집들은

부식되고 있었다

가끔 연예인이 이곳에 쉬러 오고

이국의 뱃사공은 몸이 좋고 노래를 잘 불렀다

한쪽 눈이 안 보이는 멕시코 아이를 보았다

아니 그건

살아있는 손보다 작은 에스프레소 잔이었나

전기 밑에서 공부했다

모든 것들의 이론이란 게 있을까

누군가 공부하는 걸 티 내지 말라고 했는데

그건 열등감을 들키는 일이라고

나는 학생들에게 작품에서, 희망을 분석하지 말라고 했다

한쪽 발을 저는 학생이 나를 보았다

거기까지 갈 마음은 없다고 대답했었나

바다를 같이 건넜던 군인들은 자신의 군대를 찍지 말라고 총을 꺼냈다

내가 존경하던 모든 것이 틀렸다

내가 응원하던 모든 것이 망하고

나뭇가지를 휘두르며

이국의 갈매기를 따라갔다

말초신경이 망가진 채, 사진을 찍었다

 

 

 

 

 

 

 

 

 

 

 


 

신작시_이지아.jpg

이지아  ■ 

2000년 《월간문학》 희곡, 2015년 《툴투라》 시 등단. 시집 『오트쿠튀르』 『이렇게나 뽀송해』 『아기 늑대와 걸어가기』, 그림책 『오셀로』, 이론서 『한국 시극 작품에 나타난 공간성』 등이 있음. 〈박상륭상〉 〈난설헌시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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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호(VOL.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