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 저자 | 김지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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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가게
초록 등이 켜졌는데 건너가지 못했다
세상이 금 밖으로 그 아이를 밀어내고 있었던지
벽에 걸린 옷처럼
아무도 그 아이에게 관심 두지 않았다
무관심과 상처를 먹고 자라
규칙 같은 것 배우지 못했다
엄마의 김치를 먹어 본 기억이 없는
그것이 얼마나 외로운 일인지조차 몰랐던
어디서도 도둑질을 배운 적이 없다
아빠와 손잡고 왔던 아이들 돌아가고 나면
침묵과 자유가 맘껏 펼쳐진 무인 가게
스물네 시간 깨어 있는 저 눈
목덜미와 등을 부드럽게 감쌌다
앙증맞은 인형도
냉장고 속 아이스크림마저도
이 안에선 깨지고 다칠 일 없다며
그대는 귀한 존재라고
아무것도 겁낼 것 없다고
마음이 추운 날 저 문 밀고 들어가면
일제히 고개 돌려
어서 오라고 활짝 웃어주는 무인 가게

김지헌 ■
1997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심장을 가졌다』 『다정이 찾아왔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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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호(VOL.1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