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이송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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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내리는 기억
ㅡ 달리의 그림 <기억의 지속>을 보고
우리의 시간은 흘러내리고 있었어
여전히 절벽 너머는 보이지 않았지만
잘 섞인 어제와 내일은 말랑하고 부드러웠지
눈 녹듯 녹아내리는 유년의 해변가
모서리에 부딪혀 멍든 꿈이 떠다녔지
뒤틀린 눈 코 입들이 무의식을 채웠어
째깍이는 죽음에서 걸어 나온 그림자
형의 얼굴 지우고 거울을 들여다보면
또 다른 페르소나가 당신으로 앉아 있어
기억은 돌아갈 수 없는, 나를 불러 세웠지
나무에 매달린 채로 눈 감은 수평선
어둠이 부풀기 전에 아침이 오고 있어

이송희 ■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등단. 시집 『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 『이태리 면사무소』 『이름의 고고학』 『아포리아 숲』 『환절기의 판화』, 저서 『경계의 시학』 『길 위의 문장』 『아달린의 방』 『눈물로 읽는 사서함』 『현대시와 인지시학』 등이 있음. 〈고산문학대상〉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오늘의시조시인상>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