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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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원규 

당신이 죽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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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없이 당신이 죽을 때

하필이면 그 순간에

서망 비애의 바닷가를 어슬렁거리거나

지리산 길벗들과 술추렴하거나

딴 여자 생각하며 키득거릴지도 모르지만

 

하필이면 당신이 먼저 죽을 때

첫날밤처럼 나란히 누워

거친 숨결이 낙엽처럼 다 식을 때까지

부고도 없이 둘만의 아침이 올 때까지

당신의 차고도 낯선 왼손을 놓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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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내가 먼저 죽을 때

당신은 섬진강 윤슬을 무연히 바라보거나

벚나무 아래 꽃잎 하나 스치듯

지난 생 남은 생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앞머리 쓸어 넘기며 힐끗 돌아보기를

 

내가 죽고 당신이 살아 꽃은 피고

당신이 죽고 내가 살아 꽃이 지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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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이원규.jpeg

이원규​​ ​■

1984년 《월간문학》, 1989년 《실천문학》 등단. 시집 『달빛을 깨물다』 『강물도 목이 마르다』 『옛 애인의 집』 『돌아보면 그가 있다』 등, 시사진집 『그대 불면의 눈꺼풀이여』, 육필시집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등이 있음. 〈신동엽문학상〉 〈평화인권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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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