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최용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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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녘
남반구를 떠난 눈보라가 북위 32도를 지나 북상 중인 계절에
가로수들을 장식하는 3촉짜리 빗방울들
저 빗방울들이 출발지에서 꾸물대지 않았다면
막연한 기다림도 질척대지 않았을 테지
어스름의 촉수(燭數) 낮은 분별이 범람을 해
식어버린 한숨이 입김으로 연소한다
땅거미와 접속하면 굳기름처럼 식어서 불투명해지는 것들
이슬과 수액만 먹고 얼마나 버틸 수 있겠냐고
지난여름 짝짓기를 못 한 매미가
가로수 허리춤에 매달려 염통 쥐어짜며 울 때
끝자락이 동그랗게 말리는 울음은
얼마나 다급한 것인가!
잦아들어야 촉수를 거두는 빗줄기들
가까이하려고만 하면 멀어지는 것들이 있다고
저문다는 생각과 잦아든다는 느낌이 서로 어깨를 겯는다
어둠 속을 들여다보려면 어둠에 익숙해져야 해
멀어져가는 의욕이 식어가는 생기(生氣)를 부축하고 비치적대면
어느새 가까워져 친숙해지는 간절함은
하늘 아래 첫 동네 거주민답게 계절을 앞서 살고
저물녘에 도착해서야 숭고해지는 것들……
어둠이 눈에 익자
쓸쓸함과 의기투합하면 절박해지는 자문자답이
개밥바라기가 샛별로 뜬 서녘 하늘을 응시한다

최용훈 ■
2008년 《애지》 등단. 시집 『소리의 원근법』 『풍수원』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1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