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김대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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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당신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당신이 들어온 문을 밀고 나가 밖을 살핀다
마치 당신이 하나 더 있다는 듯
당신과 사랑을 나누고 누워 당신의 옆얼굴과 얘기를 나누고 있으면
당신의 절반하고만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아
몸을 일으켜 당신 건너편을 확인하는 일
당신을 다 안다고 생각한 다음부터 생겨난 습성이었다
내 손가락은 왜 가늘기만 할 뿐 아름답지 않을까요
나는 그 가늘고 힘없는 손가락을 내 손가락으로 한번 쓸어 주었다
나는 가난하지만 아름답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냥 방전된 채 서 있다
나는 밖에 나가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내가 생각을 멈추자
펜스를 타고 뻗어가던 줄장미는 꺼져 버렸다
다시 거실에 들어왔을 때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당신의 흔적을 모으려고 거실과 방을 청소했다
빛은 어두운 것과 섞이지 않으려고 긴 띠 모양이 되었다
내 안에는
내 말도 듣지 않는 짐승 한 마리 산다

김대호 ■
2012년 《시산맥》 등단. 시집 『우리에겐 아직 설명이 필요하지』가 있음. 〈천강문학상〉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10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