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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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인찬 

퇴적 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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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것은

어릴 적 보았던 새하얀 눈밭

 

살면서 가장 슬펐던 때는 아끼던 개가 떠나기 전

서로의 눈이 잠시 마주치던 순간

 

지루한 장마철, 장화를 처음 신고 웅덩이에 마음껏 발을 내딛던 날, 그때의 안심되는 흥분감이나

 

가족들과 함께 아무것도 아닌 농담에 서로 한참을 웃던 날을 무심코 떠올릴 때 혼자 짓는 미소 같은 것들

 

사소하고 작은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그런 것들에 떠밀려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평범한 주말의 오후

거실 한구석에는 아끼던 개가 엎드려 자기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 얘가 왜 여기 있어 그럼 지금까지 다 꿈이야?

 

그렇게 물었을 때,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개만 엎드려 있었다

 

바깥에는 눈이 내린다

 

나는 개에게 밥을 주고 오래도록 개를 쓰다듬었다

 

 

 

 

 

 

 

 

 

 

 

 

 

 

 

신작시-황인찬.jpeg

황인찬​ ​■

2010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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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