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신미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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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의 식감
물탱크에 걸린
해가 짧아졌습니다
야채 장수가 트럭을 몰고
오르막을 내려가고
해가 터진 것처럼
등 뒤에서 구름의 둘레가 밝습니다
어제는 충고를 들었습니다
생각했던 모습과 다르네요
자꾸 웃으면 사람이 약해 보여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왜 웃는 사람
양파가 굴러갑니다
언덕 아래로
감자와 토마토가 굴러갑니다
세상은 이상한 수건돌리기 같아서
자꾸만 웃음이 납니다
등 뒤에 수건이 놓인 줄 모르고
식재료는 둥글고
짓물러서 흠이 많습니다
어느 바닥에서도
잘 구를 수 있습니다
저녁엔 야채 수프를 끓입니다
야채는 하나의 색을 입고
집안 곳곳에
냄새의 공동체를 만듭니다
풀이 죽지 않은 푸성귀는
초록을 자책하지 않습니다

신미나 ■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싱고,라고 불렀다』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10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