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문혜진 | ||
|---|---|---|---|
양양
이빨 사이로 여름이 빠져나간다
양양 남애해변
열기가 고인 쇄골에서
모래의 금빛이 빠져나간다
유실물 보관함
고여 있던 어둠이 빠져나간다
텅 빈 조개껍데기
모래가 물무늬를 그리고
파도의 벼랑 쪽으로 밀려간다
서퍼들의 검은 등줄기 위로
농익은 여름이
사그라져가는 열기가
고요히 빠져나간다
그을린 뭉게구름
절정도 없이 시들어가는
내 여름의 화관이
황혼의 꽃대 속
붉은 입술로 타오른다
죽음 쪽에서, 죽음 쪽에서
아직도
뜬눈으로 오래 차오르는
긴
파도의 저편

문혜진 ■
1998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검은 표범 여인』 『혜성이 냄새』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10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