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정우영 | ||
|---|---|---|---|
당산골
맨들맨들한 차돌을 가슴에서 꺼내어
돌탑 맨 위에 올려놓은 그는
당산골을 지나 사라졌지요.
박대와 멸시로 울화가 치밀 때마다
허벅지를 긋던 돌입니다.
차돌은 그 결기를 품은 채로
수십 년을 기다렸지요.
그러는 사이 돌탑은 무너지고
차돌도 맨 밑에 깔렸으나
염원이 단단했으므로 견뎌냈지요.
징한 포화가 훑고 가고
사나운 돌개바람 할퀴었지요.
남은 건 거의 없었어요.
새로 돋은 생기들이 빈 들을 채웠지요.
마침내 묵은 풀을 헤치고
백 년 만에 그가 돌아옵니다.
차돌은 바스라진 심장을 꺼내어
길가 나무에 걸쳐놓았지요.
검은 올빼미가 알을 품던 곳입니다.
엄마, 이 돌은 참 이상해요.
왠지 보살펴야 할 병아리 같아요.
아이는 두근거리는 차돌을 감싸 안았지요.
차돌은 그의 심장에 딱 들어맞았습니다.

정우영 ■
1989년 《민중시》 등단. 시집 『활에 기대다』 『집이 떠나갔다』 등, 시평에세이집 『시에 기대다』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10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