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성영희 | ||
|---|---|---|---|
각주
바다를 향하여 각주들이 달려 있다.
표류하듯 떠 있는 문장의 귀환을 기다리다
녹이 슨 것들은 붉은 해가 된다.
붉다는 것은 간절하다는 것
파란 종이에 둥둥 떠 있는 문장들을
저기 묶어두고 싶다.
무게가 없는 습성은 쉽게 가라앉지 못한다.
물과 바람결이 섞여 만들어진
새파란 바다 한 장,
둥둥 떠 있는 문장들로 지중해 모래알을 읽고
수천 킬로 협곡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바람의 발을 거든다.
물속에도 쉼표가 있다.
잘못 건너뛴 물의 뼈가
수평을 뚫고 솟아오르는 것은
바다의 중심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것
무수한 포물선이
순간, 각주에 묶인다.
떠오르지 않는 짐작 하나가
침몰 한 척을 품고 있다.
가라앉은 것들의 이름을 정리하는 동안
또다시 부유하는 몇 개의 인용
빈 각주에 묶어둘 출렁이는 물결이 내겐 없다.
진한 잉크 냄새만
시동(始動)으로 남을 것이다.

성영희 ■
2017년 《경인일보》, 《대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섬, 생을 물질하다』 『귀로 산다』가 있음. 〈시흥문학상〉 〈동서문학상〉 〈농어촌문학상〉 수상. 2019년 인천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9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