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백인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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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
흔적도 없다
이제 아무도 모른다
저녁에 죽은 고양이
밤새 내린 눈
새벽 간절한 비질
찬연한 아침이라지만
우주에서
생명은 과대평가된 현상일지도 모른다
다만,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라
마다가스카르 카멜레온이 파리를 먹고
짝짓기하며 끔벅끔벅 하늘을 본다.
이렇게 넓은 우주,
아무리 빠르게 혀를 놀려대도
그는 평생 1㎢를 벗어나지 못한다.
끝의 가장 어둔 자리 한구석
이 행성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속력을 이기지 못해 질량은 그 속도가 된다
만나면 충돌하고
피어나면 지고
태어나면 죽는 것이고
사랑하면 어리석어진다
영원이라는 꿈 때문에
사라진 흔적 위에
어제와 같은 강도로 쏟아지는 햇살
질척이는 길을 가두기 위해
뭉뚝한 돌들이 층으로 엎드려 있다
지상의 시력뿐인 생명에게
우주는 그저 헐거운 옷일지도 모른다

백인덕 ■
1991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단단(斷斷)함에 대하여』 『짐작의 우주』 등, 저서 『사이버 시대의 시적 현실과 상상력』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9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