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이범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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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토(磨沙土)
장갑을 낀 채 손을 씻는다
결국 이만큼 멍청해졌다
손은 어떤 기미(幾微), 라 부를만 한 물살에 떨고 있다
통유리창 앞에 쭈그려 앉아
측광에 빛나는 잎사귀를 본다
그 끄트머리를 쥐면
다시는 보지 말자는 말 직전의 악수처럼
철렁, 내려앉는 무게가 있다
끝없이 놓지 않는 사람
장갑 낀 손에 비누칠을 하고
더러워진 적도 없는데 살아 있었다고 믿는 사람
벌들은 아플 리 없는 조화(造花)에 내려 앉았다
배 속 가득 고름을 채우고 날아간다
누런 먼지 속으로 잉잉, 네가 들었던 빗소리는
다 짜가고 사짜야
창밖으로 토분을 내던질 때
심장을 조여오던 흉곽이 부서진다
안 죽은 사람의 장례식에 못 간 걸 걱정하지
나는 네 관을 여러 번 옮겼다 청명한 날,
이국(異國)의 흙과 산 벌레와 죽은 벌레를 섞어
흥얼거리는 통곡과
팍삭 깨진 가족 사진 액자의 유리 조각을 섞어
아무렇게나 자라
어느 것도 되지마
더러워지지 않는 손이란…
손을 벗어 장갑에 씌운다

이범근 ■
2011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반을 지운다』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8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