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임경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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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되는 꿈
오랜 꿈에서 깨어났지만 아직 도로 위였어요
나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 갇혀
꿈을 꾸었던 것 같아요
나는 엄마의 무덤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른 것이었는데
버스는 이미 엄마의 무덤을 지나쳐버린 후였죠
모두 예정된 일이었어요
새로 만든 고속도로를 타고 자주
터널 안으로 들어가서 버스는
밤보다 더 깊은 밤에 갇히는 것 같았어요
그때 생각했죠
밤보다 깊은 밤은 밤보다 환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밤의 조명처럼 빠르게 지나갈 때마다
버스는 도로를 벗어나려는 듯
몸부림을 쳤어요 그럴수록 도로는 더 거대하게
구불거리는 듯했죠
나는 도로에 갇힌 버스에 갇혀
꿈을 꾸다 깼던 것 같아요
모두 예정된 일이었죠
내 안에 갇힌 꿈은 나를 벗어나려는 듯
내가 뒤척일 때마다 꿈틀거렸지만
밤이 몹시 흔들리며 지나가는
검은 차창의 반대편으로 내가
튕겨 나가지 않는다면 그리하여 도로의 바깥으로
멈추지 않는 속력의 바깥으로
도무지 끊기지 않을 것 같은 실선의 바깥으로
떠밀려 나가지 않는다면
꿈은 나를 빠져나가지 못할 거란 생각이
반대 차선에서 느리게 다가오다가
순식간 사라진 덤프트럭의 전조등같이
지나가버렸어요
모두 예정된 일이었죠
내 꿈은 버스기사였습니다
꿈이 꼭 꿈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난 이미 꿈을 이루었으니까
난 이미 꿈을 꾸었으니까
버스에 갇혀 버스 기사의 꿈을 이룬 나는
충돌을 꿈꾸었던 것 같아요
충돌의 순간 꿈을 이룬 꿈에서
깨어나는 꿈을 꿀지도 모를 일이었죠
그래요
모두 예정된 일이었습니다
꿈을 꾸는 꿈이라면 모를까
꿈이 되는 꿈이라니요

임경섭 ■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 등단. 시집 『죄책감』 『우리는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8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