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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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임경섭 

꿈이 되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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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꿈에서 깨어났지만 아직 도로 위였어요

 

나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 갇혀

꿈을 꾸었던 것 같아요

 

나는 엄마의 무덤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른 것이었는데

버스는 이미 엄마의 무덤을 지나쳐버린 후였죠

 

모두 예정된 일이었어요

 

새로 만든 고속도로를 타고 자주

터널 안으로 들어가서 버스는

밤보다 더 깊은 밤에 갇히는 것 같았어요

 

그때 생각했죠

밤보다 깊은 밤은 밤보다 환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밤의 조명처럼 빠르게 지나갈 때마다

버스는 도로를 벗어나려는 듯

몸부림을 쳤어요 그럴수록 도로는 더 거대하게

구불거리는 듯했죠

 

나는 도로에 갇힌 버스에 갇혀

꿈을 꾸다 깼던 것 같아요

 

모두 예정된 일이었죠

 

내 안에 갇힌 꿈은 나를 벗어나려는 듯

내가 뒤척일 때마다 꿈틀거렸지만

 

밤이 몹시 흔들리며 지나가는

검은 차창의 반대편으로 내가

튕겨 나가지 않는다면 그리하여 도로의 바깥으로

멈추지 않는 속력의 바깥으로

도무지 끊기지 않을 것 같은 실선의 바깥으로

떠밀려 나가지 않는다면

꿈은 나를 빠져나가지 못할 거란 생각이

 

반대 차선에서 느리게 다가오다가

순식간 사라진 덤프트럭의 전조등같이

지나가버렸어요

 

모두 예정된 일이었죠

 

내 꿈은 버스기사였습니다

꿈이 꼭 꿈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난 이미 꿈을 이루었으니까

난 이미 꿈을 꾸었으니까

 

버스에 갇혀 버스 기사의 꿈을 이룬 나는

충돌을 꿈꾸었던 것 같아요

충돌의 순간 꿈을 이룬 꿈에서

깨어나는 꿈을 꿀지도 모를 일이었죠

 

그래요

모두 예정된 일이었습니다

 

꿈을 꾸는 꿈이라면 모를까

꿈이 되는 꿈이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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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섭 ​■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 등단. 시집 『죄책감』 『우리는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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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