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이영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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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의 우산
우산(Umbrella),
라틴어로 그늘을 뜻하는
‘움브라(umbra)’에서 유래되었다
나는 감정조절의 달인이다
몸과 마음 접어 넣고 때를 기다린다
아무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 구석에서
일기예보를 검색한다
우르르 쾅! 호출이 왔다
천둥 치듯 날개 펼치고 색색 꽃밭이다
어깨 나란히 비를 피하는 사람들
진리처럼 누구는 모순처럼
슬며시 연애가 되기도 한다
나는 한때
귀족의 신분과 지위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대나무에 비닐까지 쓰고 뒤집히면서
하한가로 끝없이 추락했다
우산대 속에 칼을 숨기거나
무대에서 춤의 스킬로 사용하는 자가 있다
우산이 우산을 밀고 우산을 치받고
서로를 찌르며 여기까지 왔다
그것이 어디 달인의 본성이라 하겠는가
기억하라, 세상의 우산에는
아직 해독되지 않은 암호가 내장되어 있다
그러니, 나를 슬프게 보지 마라
다만 너를 위해 내가 잠시 젖었을 뿐이니―

이영식 ■
2000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꽃의 정치』 『휴』 『희망온도』 등이 있음. 〈애지문학상〉 〈한국시문학상〉 〈올해의최우수예술가상〉(2012년) 수상. 현재 초안산시발전소 소장으로 시 창작 지도.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8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