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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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군중
ㅡ 나의 모든 히파티아를 위하여
떠도는 이들의 구호는 막다른 곳에서 노래가 된다네
온기를 갈망하는 눈빛과 마주쳤네
흰나비 떼, 시린 결정체 속에서 날개가 빛나던 계절이었네
구부러진 몸을 가진 그를 따라 함성 속으로 숨어들었네
빈둥거리려고 모여든 구름들이 꽃송이를 만들어 노래를 불렀네
여인의 뱃속에서 난 자들이
한 여인을 향해 던진 돌들은 광장 밖까지 나와 굳어 있었네
어떻게 자유가 야만의 품속에 안겨 웃고 있는지
그 밤 불을 끄지 못했네
빗소리의 템포로 흘러가는 구호 소리 들으며
흩어짐을 면키 위해 탑을 쌓던 사람들을 생각했네
의혹을 끊임없이 재생하는 사람들
하나의 답으로 귀결될 만 갈래의 질문들
일정한 간격을 둔 침묵이 주랑을 떠돌았네
뿌리 뽑힌 마음의 배후에는 뿌리 깊은 어떤 두려움이 있어
빈 잠의 어귀를 떠도는 것일까
누대를 지나며 첨가된 후렴이 시간의 늑골을 뚫고 흘러나오고 있네
진실을 알릴 수만 있다면 기꺼이 죽어도 좋아,
여자의 입으로 하늘을 이야기하는 일이 돌이킬 수 없는 죄가 된다면,
발가벗겨 찢긴 내 살을 새들이 물고 하늘로 날아가게 해도 좋아,
진실 앞에 수식어는 어색할 뿐,
자유는 자유로워 검은 마술로도 붙잡을 수 없으니,
창과 칼로 지켜지는 것은 진리가 아니니,
살라 다오, 나와 함께,
무적의 힘으로 달뜬 방향을 몰고 떠도는 군중의 무지한 맹신을,
아고라여, 히파티아여,
안을 잃어버린 이들의 고독한 거처에 오늘 밤 내 작은 촛불을 켠다네
가벼운 질문에도 떠밀려 다니는 무리를 위해
편견 없는 햇살을 오독에 내려
야만이 자비가 되는 불가사의를 시적인 판타지로 가르쳐 주오
루트에 감싸인 명쾌한 해답을 보여준다면
흔들리는 촛불은 꺼도 좋으리
밤이 가고 아침이 오고
다시 밤으로 돌아가는 시간 속에 둘둘 말아두었던 노래가
어룽지는 리듬 속에서 피어나고 있네

김 휼 ■
2017년 《열린시학》 등단. 〈목포문학상〉 본상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7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