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권영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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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모양
세상 모든 마음은 고독을 버무리며 산다
사방에서 고독이 흘러들면,
쓸쓸함을 더 주입하고, 두께를 재고, 용해해서
한 모양을 만들어 간다
고독의 깃이 하늘로 솟구치면
공작은 뱀잡이수리가 되고
입을 쭉 당기면 흰 유홍초는 나팔수가 되고
고독을 휘저으면 빈 달팽이집이 된다
산다는 건 빈 둥지를 잡고 강풍을 견디는 것
고독이 바닥으로 스며들 때까지
마음은 강준치가 되어
물바위에 머리를 치면서 동거,
뱀잡이수리가 발밑으로 잠입하는 독사를 내려찍어
제 둥지를 지켜내듯
늦가을 미루나무에 걸린 구름을 둘둘 말아서
뼈 깊이 고독을 우려내는 자는
우리를 지켜내는 것
커튼 속에서 잔을 들고 오래 서 있는 실루엣처럼

권영옥 ■
2003년 《시경》 등단. 시집 『계란에 그린 삽화』(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지원금 수혜) 『청빛 환상』, 시론집 『한국 현대시와 타자윤리 탐구』 『구상 시의 타자윤리 연구』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7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