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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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임지은 

기분 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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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여는데

죽은 새를 만져 본 것 같았다

 

이건 누구의 기분이지?

 

나는 기분을 사러 갔던

최초의 기분을 생각했다

 

사방이 유리인 가게에서

나는 갓 태어난 아이의 기분을 샀다

연애편지를 쓰고 있는 사람의 기분을 샀다

 

정확한 기분을 느끼고 싶었지만

기분은 언제나 다른 기분과 조금씩 섞여 있었다

 

안개 + 레몬 = 깜짝 선물에 대한 기분

냉장고 + 인형 + 시체 = 심야 택시를 기다리는 기분

미용실 + 아스파라거스 + 돌 + 향신료 = 백 년 동안의 고독을 다 읽은 기분

 

어떤 기분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고 들었다

나는 자주 그런 기분에 휩싸였다

그럴 땐 서랍을 열어

달리고 있는 개의 기분을 삼켰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개의 기분은

근육으로 만들어졌다

주인으로부터 출발했다

자꾸 밖에 나가자고 졸랐다

 

불안과 볼링 핀이 쓰러지기 전에 집을 나왔다

도로 한복판에서 비둘기가 움직이지 않았다

죽음을 수행하려는 걸까?

 

나는 손끝이 베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엄지손가락을 빨자 비릿하게 피 맛이 났다

 

기분일 뿐이었는데

단지 기분일 뿐이었는데

어떤 기분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고 들었다

나는 자주 그런 기분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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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은 ■

2015년 《문학과사회》 등단. 시집 『무구함과 소보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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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