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020
Extra Form Output
저자 정선희 

울음의 안감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

설익어서 목소리가 갈라지는 울음이 있고, 색을 덧발라 속이 안 보이는 울음이 있고,

소용이 많아서 수채화처럼 번지는 울음이 있다는 것을

 

자기보다 큰 어른이 우는 모습을 본 아이는 빨리 자란다

그날 호주머니의 구멍 난 안감처럼 울음의 끝은 허무하다는 걸 알아버렸다

그 후 내가 만난 모든 울음은 그날 밤과 흐느끼듯 이어져 있다

실밥을 잡아당기면 그날의 목록들이 주르륵 딸려나온다

 

외할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다섯 여자가 모여 앉아

울음 같은 모닥불에 사연 하나씩 쬐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모두에게 다른 사람이었고 몰랐던 사람이었다

관계란 아름답지 않더라도 한 줄 문장 같은 것을 붙잡고 있는 것이었다

​

죽은 이에게 보내는 울음은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해 우는 것이라는

울음의 본질을 자신의 마음을 내줄 수 없다는 말로 이해했다

 

그때 가장 서럽게 울었던 사람, 그날의 어머니를 보고 있다 ​

 

 

 

 

 

 

 

 

 

 

 

 

 

 

 

 

 

SE-fdd9d181-13a9-483f-862f-8fa3af3deac7.jpeg

정선희 ■

2012년 《문학과의식》 등단, 201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푸른 빛이 걸어왔다』가 있음.

​

​

​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6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