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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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승일 

뒤를의 화풍

 

 

 

  사람의 눈동자 속으로 마술을 부리는 사람은 화가야 무너지는 세계가 안타까운 화가는 뒤를 그리기 시작했어 자전거를 타면서 뒤를 바라보고 있는 화가 열차에 치인 화가 지나간 뭔가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그림을 통틀어 뒤를의 화풍이라고 말하기 시작했어 평생 시야 바깥으로 사라지는 잎사귀만 그렸나 봐 잎사귀를 너무 세세하게 그리는 습관이 있었나 봐 관람객은 이런 농담을 하면서 전체를 보여주는 다른 그림들로 쉽게 옮겨가곤 했어 그때는 사진이 없는 시대였다고 하는데 무슨 시대인지 어떤 화풍인지 이런 저런 농담과 진담 사이를 길게 걸어 나와 방금 내뱉은 담배 연기를 쳐다보는 사람이 있어 남겨진 시간을 몽땅 어딘가로 잘못 출금해버린 사람을 뒤돌아보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잎사귀 한 장만 달랑 그려진 나무는 들어오고 있는 것인지 빠져나가기 직전인지 잘 모르겠지만 나무는 결국 뒤를의 화풍에 담기지 못했어 바람에 어떻게 흔들렸을까 어떻게 캔버스에 들어올 생각을 했을까 이런 생각 너도 해본 적 있어? 색과 선을 나눈 적이 있다면 강렬하게 추억해버리는 동행자가 될 수 있어 아름다운 사람들이 실세계를 떠나는 화풍일까 화가를 뒤돌아보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잎사귀를 세세하게 그렸다면 그게 나무의 지문이라면 닿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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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일 ​■

2007년 《서정시학》 등단. 시집 『프로메테우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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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