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이승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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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나무는 나의 뒤에서 오래 울어주었
올리브 나무 아래 물고기들이 부드럽게 헤엄치고 있다 어딘가를 떠나온 사람들 같아서 조그만 화분에서 물에 빠져 죽은 나무들이 붉은 꽃들을 뱉어 낸다 여기까지여도 괜찮아 그만두어도 돼 늘 끝에만 매달려 사는 일이 참 그래 그래도 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고 말해주는 사람들처럼 그 사람들은 어디에도 도착하지 말아야 할 텐데 아직도 슬플 땐 잠을 자는구나 이제 다 왔는데 여긴 아무도 없고 둥글게 모여 앉아보자 오직 울기 위해서 죽은 사람은 울지 않으니까 어떻게든 같이 살고 싶었는데 그런 물방울이 우리 집에 가득하다 나는 날마다 그런 물방울을 뿌리는 사람 그만 살아도 될 거 같아 엎드려 자는 것도 그만하고 잘 지내라는 말을 아직 못했지만 화분에 물을 주면 비밀들도 물에 잠길까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을 넣으면 모든 죄가 선명해졌다 비밀은 모두가 바라보는 그 자리에 있는 법이니까 여름이 끝나기 전에 말해줘 그게 여름만 기다린 사람에게 할 말이니 올리브 나무 뒤로 올리브 나무 종일 그 옆에서 무슨 주술처럼 비명처럼 나뭇잎들을 세어본다 올리브 나무와 올리브 나무 사이를 만져본다 그 사이로 무엇이 만져진다는 건 정말로 길을 잃었다는 말 이젠 어떤 추방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어 올리브 나무 아래 물고기들이 왜 그렇게 부드럽게 헤엄을 치는지 세상 모든 것들이 그렇게 따뜻하게 보일 때가 있다는 것을

이승희 ■
199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 『여름이 나에게 시킨 일』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