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김완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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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크 더글라스*의 턱
서부 시대의 하관(下顴)엔 우물이 있어서
인디언들은 주인공보다 먼저 죽었을 거야
쉿! 우물 가진 총잡이를 조심해야 하지
우물 속엔 말[言]이 찰랑거렸고
무표정에 장전한 말을 씩 하고 쏠 때마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거든
우물 없는 사람은 당해 낼 재간이 없어
“아버지, 제겐 왜 우물을 안 주셨어요?”
사나이가 되고 싶어서
거울 앞에서 우물을 찾곤 했지
시늉의 두레박이라도 물려받아 다행이야
우물 속에 뭐가 더 있을까
주인이 잠든 새 말을 길어 올려 보니
불어 터진 내 표정을 볼 수 있었어
입을 앙다문 표정이었고
남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총질과
허리 잘록한 여자들의 신음 뭉텅이가
익사한 채 둥둥 떠 있었지
누가 처음 우물을 우러렀을까
“신이시여, 다만 우물에서 구하옵소서!”
우물가에 빙 둘러앉아 보자
나는 콧수염을 손질해 올 테니
너희는 불을 피워
이제 우리는 말을 마시지 않아도 될 거야
백 년 넘게 살아온 완력
마침내 깊던 우물이 닫혔어
매캐하던 서부 시대도 죽음을 알렸지
안녕, 커크 더글라스!
* 미국의 영화배우

김완수 ■
2013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2015년 《광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16년 《푸른동시놀이터》 동시 천료. 시집 『꿈꾸는 드러머』가 있음. 〈5·18문학상〉 신인상 시 부문, 〈금샘문학상〉 동화 부문 등 수상. 2020년 전북문화관광재단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수혜 선정.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5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