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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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효선 

일몰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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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밖을 보고 있었다

꽃이 흑백으로 찍히던 시절에 대해

영원을 약속한다는 건

이별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변명이었다

 

그래도 오후 5시만 되면 기분이 이상해

내가 그렇게 말했을 때

넌 이미 한 사람을 가졌잖아

기다리는 일조차 죄가 된다며

 

신은 모든 걸 알고 있으니 꾀꼬리 고기를 처방해 주었다

 

좋아하면 종(種)을 파멸시키는 인간은

도도라는 새를 없애버렸다

어디서 들었더라

말은 바람이 불면 날아간다고 하는 소리

대체 어디까지 우리는 말할 수 있을까

 

남미의 태양은 질투를 불러온다 황당하지만 가짜는 아니다

 

오후 5시만 되면 구름이 빠르게 흘러간다

뼈를 녹여 성호를 긋는 서쪽 하늘

쉽게 잊는 병과 쉽게 잊지 못하는 병이

주인도 없이 떠도는 이명(耳鳴)처럼 고인다

 

서로의 심장이 포개지지 않는 이누아트에서

가난으로 죽음을 빚어 오후 5시에 세워두고

바누아트에서 내가 너에게 고백했을 때

너만 아니면 돼 아니, 돈만 있으면 돼

라는 말을 들었다

기분이 오후 5시보다 더러웠다

 

지옥 같은 천국과 천국 같은 지옥에서 우리는 곧 만날 것이다

헬리콥터가 날고 있다 오후 5시 헛헛한 뱃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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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 ■

2004년 《리토피아》 등단. 시집 『서른다섯 개의 삐걱거림』 『오늘의 연애 내일의 날씨』 『어느 악기의 고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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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