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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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학성 

초대 통감의 십대훈령

 

 

 

  제1령: 강압적으로 저들의 언어를 말살하기보다는 한국어의 우수성을 전파하고 널리 보급한다. 제2령: 제반 교육을 거부하거나 말썽을 일삼으며 앙심과 반기를 드는 불령인들은 본보기로 체포 구금해 지옥에 버금갈 각종 고문의 피폐를 경험케 하라. 제3령: 상시적으로 산물을 갹출하고 공출미를 거둬 기근 지진 등 재난재해를 대비해 전량 비축한다. 제4령: 영구적으로 군대와 무력은 보유하지 못하나 비상시 전투 인력과 학병을 징발하되 애국심이 강요되거나 개개인의 인권과 의지가 침해당해서도 안 된다. 제5령: 미개 국가에서나 꾸려갈 위안부 제도는 어떤 사유로도 절대 모집하거나 철저하게 운용을 금하며, 어길 시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 톡톡히 단죄하리라. 제6령: 과거 군수물자 생산 지원에 동원된 탄광 항만 병참 시설은 낱낱이 실체를 보존해 군국주의의 민낯을 알리는 산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라. 제7령: 전범의 수괴들이 합사된 신사는 해체해 더 이상 공물을 바칠 수 없게끔 하며 즉시 왕궁과 함께 개방해 녹지공원으로 조성한다. 제8령: 평화의 상징물로 각 가정마다 원숭이를 기르도록 바나나 재배를 적극 장려하며, 아울러 관련 산업을 점층 육성시키되 고용 및 임금 복지 후생 면에서 내지인과 차등을 두지 않는다. 제9령: 반복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음을 계도함과 동시에 모자라다 아니할 만큼의 인류애를 주입 고취시켜 나간다. 제10령: 충분한 반성의 기미와 개전의 정이 보인다고 판단될 시에야 비로소 식민 통치를 거둘 것임을 하늘과 땅과 바다에 천명하며, 이로써 저들의 아둔함을 깨쳐 동양질서가 구현되고 만국번영 및 사해동포적 정신이 누리에 깃들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니, 모두가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과 피땀으로 쟁취된 결과임을 망각치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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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성 ​■

1990년 《세계의문학》 등단. 시집 『여우를 살리기 위해』 『고요를 잃을 수 없어』 『늙은 낙타의 일과』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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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