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강희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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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경전
하느님에 대해 무식하면 무식할수록 신앙심은 깊다 할레할레 그들은 율법에 홀린 상처의 말에 순종한다 워낙 예민해서 영지를 나부리는 힘까지 바친 적도 있다 상처는 인간을 종으로 부리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침마다 하느님도 아물리지 못한 상처를 붉게 은폐하는 의식을 치른다 홀레홀레 인간에 대해 유식하면 유식할수록 미움은 깊다 신성한 입술이란 아릿한 통증에 기초한 제국의 경전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가치관에 취약하므로 그들은 상처의 이데올로기를 섬긴다 워낙 신앙심이 깊어 활레활레 죄를 속삭이는 법도 안다 사랑이란 입술의 힘에 정지된 볼모를 자처하기 때문이다

강희안 ■
1990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지나간 슬픔이 강물이라면』 『거미는 몸에 산다』 『나탈리 망세의 첼로』 『물고기 강의실』, 시선집 『오리의 탁란』, 연애시집 『신발 신겨주는 여자』 등, 논저 『석정 시의 시간과 공간』 『새로운 현대시작법』 『고독한 욕망의 윤리학』 『새로운 현대시론』 등, 공저 『현대문학의 이해와 감상』 『문학의 논리와 실제』 『유쾌한 시학 강의』, 편저 『한국 시의 전당 헌정시 100선집』 『2016 올해의 시 70선』 『김영석 시의 깊이』 등이 있음. 현재 배재대학교 주시경교양대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