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저자 | 성선경 | ||
|---|---|---|---|
그냥
네게 불쑥 건네고 싶은 것 그냥,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고 지나가듯 그냥, 아무리 살아봐도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냥, 네게 휙 안겨주고 싶은 그냥, 고양이처럼 꼬리치며 안겨 오는 그냥, 사랑이란 것도 때로는 다 부질없다 싶을 때 꺼내보는 그냥, 발버둥 쳐봐도 다 알 수 없는 삶 같은 그냥, 봄 햇살 아래 알종아리를 드러내고 싶은 그냥, 야옹거리며 내가 네게로 가는 마음 그냥, 목욕탕이 쉬는 수요일 같은 그냥, 왜냐고 묻지 않는 그냥, 아무에게나 내 속을 털어놓고 싶은 그냥, 한시도 내게서 떨어나가 본 적 없는 그냥, 밥 한 그릇을 잘 비운 것 같은 그냥, 우리네 삶의 종착지 같은 그냥, 길고양이 같은 그냥, 그냥 그렇게 산다 싶은 그냥, 불쑥 오늘 너에게 또 건넨다! 그냥.

성선경 ■
1988년 《한국일보》 등단. 시집 『아이야! 저기 솜사탕 하나 집어줄까?』『파랑은 어디서 왔나』 『까마중이 머루알처럼 까맣게 익어갈 때』『봄, 풋가지行』 등, 시선집 『돌아갈 수 없는 숲』, 시작에세이 『뿔 달린 낙타를 타고』, 산문집 『물칸나를 생각함』이 있음. 〈고산문학대상〉〈경남문학상〉〈마산시문화상〉 등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5월
